요즘 유튜브나 SNS를 보다 보면 “이거 진짜 맞아?” 싶은 영상들이 부쩍 늘었다.AI로 만든 영상이 넘쳐나면서 ‘슬롭(Slop)’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는데, 말 그대로 쓰레기 같은 저품질 AI 영상 콘텐츠를 뜻한다.
누구나 몇 번 클릭만 하면 영상 하나쯤은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문제는 그 방향이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박세리와 김승수가 결혼했다는 가짜 뉴스 영상이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퍼지기도 했다. SBS 뉴스에 출연했다는 설정까지 덧붙여 상당히 그럴듯하게 꾸며졌는데, 알고 보니 전부 AI로 만든 허위 콘텐츠였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AI 슬롭’이라는 표현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AI 슬롭이란 무엇일까
슬롭은 원래 오물이나 음식물 찌꺼기를 뜻하는 단어다.
온라인에서는 조회 수를 노리고 대량 생산된 저품질 AI 콘텐츠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특징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사실 확인이 안 된 이야기를 뉴스처럼 꾸민다.
다른 영상들을 짜깁기해 마치 실제 사건인 것처럼 만든다.
같은 형식의 콘텐츠를 무한 복제해 올린다.
충격적인 제목과 썸네일로 클릭을 유도한다.
미국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도 고양이가 말하는 영상,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뉴스, AI가 작성한 조잡한 책 같은 사례를 AI 슬롭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AI 슬롭 채널의 누적 조회 수는 수백억 회를 넘었고, 광고 수익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은 이런 콘텐츠 소비가 매우 많은 국가로 꼽히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내가 직접 느낀 AI 영상의 위험성
개인적으로 AI영상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게 된 일이 있다.
3살짜리 아이가 의사처럼 어려운 말을 술술 하며 인터뷰하는 영상이었는데, 나는 딱 보자마자 “아, 이건 AI네”라고 느꼈다. 말투나 표정이 미묘하게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그 영상을 보고 진짜라고 믿으셨다.
“요즘 애들은 진짜 똑똑하네”라며 감탄하시는 걸 보는데,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가족을 속이기 위해 영상을 만든다면 어떨까.
가족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AI로 만들어 보내면서 돈을 보내라고 하면, 어르신들은 속을 가능성이 꽤 크지 않을까. 이 정도면 공익 광고로 “AI 영상 속지 마세요”가 나와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선동이나 사기, 협박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AI 슬롭은 더 이상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대표적인 AI 슬롭 사례 하나
AI 슬롭의 전형적인 예시는 연예인 가짜 뉴스 영상이다. 실제 뉴스 화면처럼 로고를 붙이고, 앵커 음성을 흉내 내며, 결혼 발표나 사고 소식을 전한다.
자막과 화면 구성도 방송 뉴스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얼핏 보면 진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근거가 없고, 확인해 보면 공식 발표도 없다. 그러나 조회 수는 빠르게 늘고, 댓글에는 축하한다거나 걱정된다는 반응이 줄줄이 달린다.
결혼 뉴스 정도면 귀여운 수준이다. 누가 죽었다던지, 누가 나쁜 행동을 했다느니, 정말 악의적인 슬롭 영상도 많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판단력은 점점 흐려지고, 플랫폼 전체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유튜브도 AI 슬롭 관리에 나섰다
이런 흐름을 의식해서인지 유튜브도 AI 슬롭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닐 모한 CEO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2026년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저품질 AI 콘텐츠 관리 강화를 꼽았다. 스팸이나 클릭베이트를 걸러내던 기존 시스템을 더 강화해, 반복적이고 의미 없는 AI 영상 확산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신뢰도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결국 필요한 건 기술과 우리의 인식 변화
AI 영상이 문제라는 게 아니다. 교육, 영화, 광고, 설명 영상 등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는 분야는 훨씬 많다.
문제는 거짓말을 사실처럼 만들고, 사람을 속이고, 불안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쓰일 때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제도적인 대책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영상을 소비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너무 자극적인 제목, 출처가 불분명한 뉴스, 근거가 없는 소식은 한 번 더 의심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AI 슬롭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는 사회적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이 영상 진짜 맞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게 가장 현실적인 첫 대응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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