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이미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사람에게 지금 와서 당선무효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통령직을 다시 박탈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2022년 대통령선거 결과 자체가 사라지는 걸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부터 짚으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이 현재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것은 아니다.
2026년 7월 27일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대선 당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형이지만 아직 1심 판결이고, 윤 전 대통령 측이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의외로 상당히 큰 후폭풍이 생긴다.
특히 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하는 돈이 약 397억원에 달한다.
대체 윤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무슨 말을 했기에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일까.
윤석열 당선무효형, 계엄 때문에 받은 게 아니다
먼저 가장 많이 헷갈릴 만한 부분이다.
이번 사건은 12·3 비상계엄이나 내란 혐의와 직접 관련된 재판이 아니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느냐를 판단하는 공직선거법 사건이다.
법원이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것은 크게 두 가지 발언이다. 하나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 변호사 소개에 관한 발언이고, 다른 하나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의 관계에 관한 발언이다.
하나씩 보면 왜 당선무효형까지 나왔는지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첫 번째, “윤우진에게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
쟁점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서장에게 대검 중수부 출신 이모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시 이 문제가 중요했던 이유가 있다.
윤 전 서장은 뇌물수수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던 인물이고,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 및 과거 수사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이 실제 변호사를 소개했느냐는 단순한 개인적인 친분 이야기가 아니었다.
윤 전 대통령이 윤우진 전 서장과 어느 정도 관계를 맺고 있었고 과거 사건에 관여했느냐는 의혹과 연결돼 있었다.
1심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이 실제로 이 변호사를 윤 전 서장에게 소개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대선 당시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했다.
두 번째, 건진법사를 당 관계자에게 소개받았다?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와의 관계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월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 인터뷰에서 전씨를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았고 김건희 여사와 함께 전씨를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당시는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이른바 ‘무속인 논란’이 크게 불거졌던 시점이다. 따라서 윤 후보 부부가 전씨와 언제부터 어떤 관계였는지가 선거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런데 수사 결과와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소개로 전씨를 처음 만났으며 이후 오랜 기간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대선 과정에서 당 관계자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는 취지의 윤 전 대통령 발언 역시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왜 이걸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고 봤나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후보자가 잘못된 내용을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틀린 말을 했다고 전부 공직선거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법원이 해당 발언을 유권자의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윤우진 전 서장 관련 발언은 윤 전 대통령과 윤 전 서장의 친분이나 신뢰관계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었고, 건진법사 관련 발언 역시 당시 논란이 됐던 후보자 부부와 전씨의 관계를 판단하는 정보였다.
1심 재판부는 두 발언으로 인해 선거인의 올바른 의사결정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단순히 말을 잘못한 정도가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가 후보자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사실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형량이 얼마나 나왔나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1심 법원의 판단은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이다.
여기에서 ‘당선무효형’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에 해당한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벌금형도 아니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현재 1심 형량만 놓고 보면 당선무효 기준을 크게 넘어선다.
다만 여기서 ‘확정’이라는 단어가 매우 중요하다. 아직 윤석열 당선이 무효가 된 것은 아니다.
뉴스 제목에서 ‘윤석열 당선무효형’이라고 나오다 보니 이미 모든 것이 확정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는 1심 판결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당일 바로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1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있고 형량 역시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앞으로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2심 재판은 진행 중이다. 따라서 현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정도가 맞다.
그런데 이미 대통령이 아닌데 당선무효가 무슨 의미일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따라서 나중에 당선무효형이 확정된다고 해서 그때 대통령직에서 다시 쫓겨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남아 있다.
바로 2022년 대통령선거 비용이다.
국민의힘이 397억원을 반환해야 할 수도 있다
대통령선거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를 한 후보는 선거가 끝난 뒤 선거운동에 사용한 비용을 국가에서 보전받을 수 있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선거비용 394억원과 기탁금 3억원을 포함해 약 397억원을 보전받았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에는 중요한 규정이 있다.
후보자가 선거범죄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으면 보전받았던 선거비용 등을 반환해야 한다.
대통령선거의 경우 그 반환 책임은 후보 개인이 아니라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이 부담한다. 따라서 현재 1심 형이 최종 확정될 경우 돈을 반환해야 하는 곳은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다.
금액은 약 397억원이다.
397억원은 윤석열 개인에게 청구되는 돈이 아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추천한 정당이 국민의힘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정당 입장에서 397억원은 상당히 큰 금액이다.
그래서 이번 재판은 윤 전 대통령 개인의 형사처벌 문제를 넘어 국민의힘 재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 됐다.
그러면 지금 국민의힘이 397억원을 내야 하나
아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건 2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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