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뉴스가 나왔다.
제목만 보면 “비상계엄 사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무죄를 받은 건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건 아니다.
2026년 9월 16일 나온 무죄 판결은 비상계엄 자체의 위법성이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판단한 재판이 아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이 거짓 증언을 했느냐를 따지는 ‘위증 혐의’ 재판이다. 서울고법은 특검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그렇다면 윤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대체 무슨 말을 했고, 특검은 왜 거짓말이라고 판단했으며, 법원은 왜 두 번이나 무죄라고 판단했을까.
쟁점 자체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무슨 재판에서 위증했다는 것인가?
시작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관련 재판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25년 11월 한 전 총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여기서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처음부터 국무회의에 필요한 인원을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처음부터 국무위원들을 소집할 생각이었다는 것이 윤 전 대통령 측 설명이었다.
그런데 특검은 이 말을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왜 ‘거짓말’이라고 봤나
특검이 바라본 당시 상황은 달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처음부터 정상적인 국무회의를 개최할 생각이었다면 필요한 국무위원들을 처음부터 불렀어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실제로는 처음에 국무위원 6명만 호출했고, 이후 한덕수 전 총리가 국무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취지로 건의한 뒤에야 추가로 국무위원들을 소집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었다.
쉽게 정리하면 양쪽 주장은 이렇게 갈린다.
특검의 판단
“처음에는 제대로 된 국무회의를 열 계획이 없었다. 한덕수 전 총리가 이야기한 뒤에야 사람을 더 불렀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입장
“처음부터 국무회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추가로 국무위원들을 부를 생각이었다.”
특검은 후자의 증언이 윤 전 대통령 자신의 기억과 다른 허위 진술이라고 보고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여기서 중요한 ‘위증죄’의 조건
이번 판결을 이해하려면 위증죄가 무엇인지부터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거짓말’과 형법상 위증은 조금 다르다.
위증죄가 성립하려면 선서한 증인이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고의로 진술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증언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과 조금 다르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위증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인의 생각이나 판단, 주관적인 평가까지 모두 위증죄의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이 됐다.
1심 법원도 “위증죄는 경험한 사실에 관해 기억에 반하는 사실을 진술할 때 성립하며 주관적 평가는 위증죄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 부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증언을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됐다.
1심이 무죄를 선고한 첫 번째 이유
첫 번째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는 ‘사실 진술’인지에 대한 문제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처음부터 의사정족수를 갖춘 국무회의를 소집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윤 전 대통령의 의견 또는 주관적 평가 성격이 강한 진술이라고 판단했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건 하나를 두고 “했다, 안 했다”고 거짓말한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진술 자체를 위증죄의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고 봤다.
그런데 법원은 여기에서 끝내지 않았다.
더 중요한 두 번째 판단이 있었다.
법원은 실제로 처음부터 추가 소집 계획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특검 주장의 핵심 전제는 이렇다.
윤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국무위원 6명만 불렀고, 한덕수 전 총리가 국무회의를 건의하자 그제야 나머지 국무위원들을 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1심 법원은 당시 정황을 검토한 뒤 이 전제 자체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인 근거 가운데 하나가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와 관련된 문건이었다.
최 전 부총리는 처음 소집된 인원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 전 부총리에게 전달할 계엄 관련 문건은 미리 준비돼 있었다.
법원 입장에서는 이 점이 이상했다.
윤 전 대통령이 처음부터 추가로 사람을 부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나중에 올 최상목 전 부총리에게 전달할 문건이 이미 준비돼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정황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이 추가 소집을 지시하면서 단순히 대통령실에서 가까워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국무위원 아무나 부른 것이 아니라 최상목 전 부총리 등을 포함한 특정 국무위원들을 지목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정황을 종합해 윤 전 대통령이 처음 불렀던 국무위원들과 만난 뒤 다른 국무위원들을 다시 부를 계획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1심은 ‘거짓이라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자신의 결백을 완벽하게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검사가 범죄가 있었다는 사실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 적용하면 특검이 단순히
“윤 전 대통령의 말이 의심스럽다”
는 정도를 넘어,
윤 전 대통령이 당시에는 국무회의를 열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법정에서는 반대로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그렇게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결국 윤 전 대통령의 법정 진술이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검은 왜 항소했나
특검은 이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고, 1심 무죄 이후 항소했다.
2심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2심도 무죄였다
2026년 9월 16일 서울고법 형사1부는 특검의 항소를 기각했다.
결과적으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핵심적으로 윤 전 대통령의 증언이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이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이 일부 바뀌거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존재하더라도 검사가 위증을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하지 못했다면 형사재판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윤석열의 설명이 반드시 사실이라고 법원이 인증했다”가 아니라 “그 설명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검사가 형사처벌할 정도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판결에 가깝다.
이 차이를 알아야 이번 무죄 판결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럼 법원이 ‘계엄 국무회의가 적법했다’고 인정한 것인가
이 부분은 특히 구분해야 한다.
아니다.
이번 재판은 12·3 비상계엄 자체가 적법했는지를 판단하는 재판이 아니다.
당시 국무회의가 법적으로 제대로 된 국무회의였는지, 계엄 선포가 적법했는지, 내란죄가 성립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사건도 아니다.
오직 한덕수 전 총리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했던 특정 증언이 형법상 위증에 해당하느냐가 쟁점이었다.
1심 재판부도 당시 국무회의가 법률상 제대로 된 ‘심의’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두고
“법원이 비상계엄은 합법이었다고 인정했다”
거나 반대로
“계엄의 불법성 여부와 관계없는 아무 의미 없는 판결이다”
라고 단순하게 해석하는 것은 둘 다 판결 범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법원이 판단한 것은 ‘한덕수 재판에서 윤석열이 위증했는가’라는 좁은 형사책임 문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모든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것도 아니다
여기서 또 하나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현재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형사재판은 하나가 아니다.
이번 위증 사건과 별개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사건에서는 이미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역시 별도의 재판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도 별도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사건의 2심 선고는 10월 7일로 예정돼 있다.
며칠 전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수사를 피하도록 했다는 이른바 ‘호주 도피’ 사건에서 1심 무죄 판결도 나왔다. 이 역시 이번 위증 사건과 완전히 별개의 사건이다.
그래서 앞으로 윤 전 대통령 관련 뉴스에서 ‘유죄’, ‘무죄’라는 제목만 보면 상당히 헷갈릴 가능성이 크다.
어떤 혐의에 대한 판결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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