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정책

제주 리조트 폭행 논란 민사라 경찰이 못 막는다?

by 알고있지 2026. 9. 25.
반응형

최근 SNS에서 제주도의 한 리조트에서 촬영된 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영상만 보면 상당히 당황스럽다. 사람들이 충돌하고 실제 폭행까지 벌어지는 상황인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건 현장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설명이다.
 
"민사가 얽혀 있어서 경찰이 개입하기 어렵다."
 
처음 이 말을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이 맞고 있는데 민사인지 형사인지가 왜 중요하지?
 
나 역시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그런데 사건의 배경과 법을 따로 떼어서 보면 경찰이 말한 '민사'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조금 명확해진다.

제주 리조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KBS 보도를 기준으로 사건의 배경부터 보면 조금 복잡하다.
 
장소는 제주 서귀포시에 새로 지어진 한 리조트다.
 
운영자 측은 지난 7월 말 영업 신고증을 발급받고 개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후 리조트 공사를 맡았던 하도급 업체 측이 공사대금 문제를 이유로 이른바 '유치권'을 주장하며 리조트를 점유하기 시작했다는 게 운영 측 주장이다.
 
출입구에 텐트와 현수막이 설치되고 공사와 영업 준비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이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9월 22일 밤 상황이 격해졌다.
 
KBS 보도에 따르면 유치권자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소화기로 유리문을 파손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갔고, 현장에서는 리조트 직원에 대한 폭행까지 발생했다.
 
피해 직원은 병원에서 뇌진탕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 이 과정이 CCTV 등에 담기면서 경찰 대응까지 논란이 된 것이다.

경찰이 말한 '민사'는 무엇을 뜻할까

여기서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다.
 
경찰이 말한 민사는 기본적으로 리조트의 유치권과 점유권 분쟁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맞다.
 
쉽게 말하면 이런 문제다.
 
"공사비를 받지 못했으니 우리가 이 건물을 점유할 권리가 있다."
 
"아니다. 당신들에게 그런 권리는 없으니 당장 나가라."
 
양쪽이 이렇게 다투고 있다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몇 분 동안 설명을 듣고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는 어렵다.
 
유치권이 실제로 성립하는지, 점유가 적법한지, 누구에게 건물을 사용할 권리가 있는지는 계약 내용과 공사대금, 점유 시점 등 여러 사실을 확인해 법원이 판단해야 할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민사에 개입할 수 없다'는 말은 경찰이 현장에서 재판관처럼 한쪽의 소유권·점유권 주장을 인정하고 다른 쪽을 강제로 내쫓을 수 없다는 의미에 가깝다.
 
경찰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치권 행사가 정당한지는 법원에서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럼 폭행도 민사라서 못 막는 걸까

여기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치권을 둘러싼 다툼은 민사 문제일 수 있지만 사람을 때리는 행위는 별도의 형사 문제다.
 
우리 형법 제260조에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행위를 폭행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이 돈 문제나 계약 문제로 민사소송을 하고 있다고 해서 서로 폭행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건물 임대료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가 민사 분쟁 중이라고 해도 한쪽이 상대방을 때리면 그 순간 폭행 사건은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
 
이번 리조트 사건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유치권의 존재 여부는 민사 문제지만, 폭행이나 협박, 재물손괴가 발생한다면 그 부분은 형사 사건으로 분리해서 봐야 한다.
 
실제로 KBS 보도에서도 경찰은 폭행이 발생한 뒤 40대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유리문 파손에 대해서도 재물손괴 혐의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현행범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찰이 눈앞에서 폭행을 목격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형사소송법에는 '현행범'이라는 개념이 있다.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범죄 실행 직후인 사람을 현행범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12조는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 입장에서도 범죄가 명확하게 발생했다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민사 분쟁을 바라보는 상황과는 달라진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서 경찰의 업무를 확인해봐도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범죄피해자 보호가 명시돼 있다.
 
또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는 경고나 대피, 위험을 발생시킨 사람의 접근 제한·퇴거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실제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상황과 위험 정도, 범죄의 명확성 등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민사 분쟁 현장이기 때문에 폭행이 벌어져도 경찰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반응형

민사불개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말 가운데 '경찰은 민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 쉽다.
 
경찰이 민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돈을 누가 받아야 하는지, 계약이 유효한지, 건물을 누가 점유할 권리가 있는지 같은 사법상 권리관계를 경찰이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500만원을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게 "당장 돈을 받아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건 민사소송이나 지급명령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렇다고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때리거나 협박해도 경찰이 손을 놓는다는 뜻은 아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구분하면 이해하기 쉽다.

상황 성격 경찰 역할
공사비를 받을 권리가 있는지 민사 권리관계를 최종 결정하지 않음
유치권이 실제로 성립하는지 민사 중심 법원 판단 영역
누가 건물을 점유할 권리가 있는지 민사 중심 현장에서 일방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움
상대방을 때리는 행위 형사 폭행 등 범죄 여부 확인 및 수사
유리문 등을 고의로 파손 형사 가능 재물손괴 여부 확인 및 수사
죽이겠다며 위협 형사 가능 협박 등 범죄 여부 확인

결국 '민사불개입'은 범죄까지 외면한다는 원칙이 아니라 민사상 권리관계의 심판자가 경찰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번 논란에서 사람들이 답답했던 이유

이번 영상을 본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이 경계 때문이다.
 
경찰 설명을 보면 유치권 분쟁 자체에는 명백한 위법이나 폭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실제 폭행이 발생하자 현행범 체포를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리조트 운영 측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재물손괴와 침입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양측 분리를 요구했지만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폭행까지 이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경찰이 유치권의 옳고 그름을 판단했어야 했느냐가 아니다.
 
이미 현장에서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폭행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분리나 안전조치를 어느 시점부터 했어야 했느냐가 더 중요한 쟁점으로 보인다.
 
영상 일부만 보고 경찰 대응 전체가 적법했다거나 위법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현장 상황과 출동 시점, 당시 경찰이 확인한 사실까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을 통해 하나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민사라 경찰이 개입할 수 없다"는 말은 민사상 권리 다툼을 경찰이 해결해줄 수 없다는 뜻이지, 눈앞의 폭행이나 명백한 범죄까지 경찰의 영역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나도 처음 영상을 접했을 때 이 두 가지가 한꺼번에 섞여 있어 이해가 안 됐는데, 유치권 분쟁과 실제 폭행을 따로 놓고 보니 왜 논란이 커졌는지 조금 더 명확해진다.

반응형